AI에게 소설을 맡겼다가 배운 3가지 교훈

회색 타일 바닥에 앉아 파스텔 톤 빈티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검은 머리 애니메 스타일 여성의 일러스트, 부드러운 그늘과 밝은 하이라이트가 강조된 16:9 썸네일 이미지

“AI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이 궁금증으로 소설 집필의 모든 것을 맡기는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하지만 그 과정에서 AI와 협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배웠습니다.

AI에 대한 흔한 착각 3가지

1. AI가 스스로 창조할 것이다?

정답은 ‘아니요.’ 입니다.
AI는 의지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시키는 것만 잘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2. AI가 일을 줄여줄 것이다?

정답은 ‘아니요.’ 입니다.
4,000자 소설을 위해 20만 자의 지시문을 입력해야 했습니다. 결국 “직접 쓰는 게 빠르다”는 말이 절로 나왔죠. 제대로 지시하지 않으면 일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네, 오타가 아닙니다. 200,000자. A4용지로 변환하면 약 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제가 AI에게서 최종적으로 얻어낸 4천 자짜리 단편소설이 고작 2페이지 분량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이 비효율적입니다.

이쯤 되면 당연히 이런 질문이 나올 겁니다. “대체 뭘 지시했길래 20만 자나 필요했던 거야?” 처음엔 저도 몰랐습니다. 그저 ‘그럴듯한 SF 단편소설을 써줘’라고 말하면 AI가 어느정도는 알아서 만들어 줄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AI가 내놓은 건 정말 오래된 진부한 설정과 클리셰 덩어리였습니다.

결국 저는 설정부터 플롯까지 모든 것을 하나하나 떠먹여주는 방식으로 작업해야 했습니다. 20만 자는 그렇게 쌓였습니다.

제가 입력한 20만 자의 지시는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1.세계관 설정: 소설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

처음 작업을 시작할때, AI는 소설을 집필하기 위한 아무런 설정이 되어 있지 않은 백지상태입니다. ‘2080년 우주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고 하면, 어떤 물리 법칙이 적용 되는지, 이 세계의 중력은 지구와 같은지? 대기는 무엇인지? 어떤 정치 체제를 가졌는지, 계급의 존재는? 화폐 단위는? 통신 수단은? 같은 것들을 정하게 됩니다.

직접 글을 쓸때는 대략적인 것들이 머리속에 이미 정리가 되어 있으니, 통화단위 같은건 따로 작성해놓지 않아도 되지만, AI에게 집필을 요청할때에는 이런 모든 것들을 아주 상세히 잡아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이 세계에는 과거에 어떤 큰 사건이 있었는지, 사람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전쟁이나 재난이 있었는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2. 캐릭터 설정

세계관 설정을 끝내고 다시 소설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깊이 있는 캐릭터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려면, 그 캐릭터의 외모와 습관, 어떤 옷차림인지, 어떤 말버릇이 있는지, 긴장하면 손톱을 물어뜯는다거나 부모님과의 관계가 어떤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이런 것들을 또 하나하나 설정해 가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야기를 이어가는대에 있어서 최소한 3명의 캐릭터 설정이 만들어져야 어느 정도 깊이 있고 일관성 있는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3. 장면 연출: 끝없는 수정과 재입력

가장 저를 지치게하고, 많은 분량을 차지한 부분입니다. 장면을 생생하게 만들려면 반복해서 대화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다보면, AI는 초반에 설정해 놓은 내용을 잊어버리고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분명 주인공은 왼쪽 어깨를 다쳤는데, 조금 지나면 그런 설정은 이미 없어진 상태고, 캐릭터의 성격이나 말투가 달라지는등 캐릭터와 배경 설정을 일관성있게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설정 오류를 바로잡고, 앞뒤 문맥의 일관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똑같은 말을 수십 번 반복하며 지시문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결국 20만 자의 지시문은 ‘글쓰기’가 아니라, 소설을 코딩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AI에게 일을 맡기면 편해질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습니다. 제대로 지시하지 않으면, 직접 쓰는 것보다 일이 몇 배로 늘어납니다.

3. AI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정답은 역시나 ‘아니요.’ 입니다.
AI는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 가장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결과만 내놓습니다. 인간처럼 우연과 실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합니다.

AI 협업 성공 공식 3가지

1. AI는 ‘작가’가 아니라 똑똑한 ‘조수’입니다.

창작의 운전대는 반드시 내가 잡아야 합니다. AI는 내 생각을 가장 빠르게 구현해주는 최고의 조수일 뿐입니다.

2. ‘글쓰기’보다 ‘질문’을 잘해야 합니다.

AI 협업의 핵심은 글쓰기 실력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질문(프롬프트)’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3. AI의 결과물은 ‘완성본’이 아닌 ‘초안’입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재료’ ‘초안’으로 생각하세요. 아이디어를 얻거나 막막함을 깨는 용도로 쓸 때 가장 강력합니다.

결론: 아직까지의 AI기술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창의성을 빠르게 표현해 줍니다. 현재 활용할 수 있는 도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파악하고 활용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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